'휴먼스턱'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5.25 [레바해리]You are My Hero
  2. 2013.05.22 [레바해리] We'er not ready to leave yet.
  3. 2013.05.22 레바해리 01
  4. 2013.05.22 [해리레바] 뛰어내리는 난간에서.

FBI 테러전담 반과 모던 바 오너



You are My Hero


Lebate Predec X Harry Morcel

By. Let's Be

BGM추천 - A day to be alone





마지막 손님을 받았던 잔을 닦았다. 직원들과 손님들의 회귀본능은 이미 저들을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여자만 이 바를 둥지 삼아 유리잔을 닦았다. 선명한 색으로 느슨한 재즈피아노의 건반소리는 비어버린 의자들 위로 앉아 아마 적적할 여자에게 형체없는 말벗이 되어준다. 부드러운 수건을 손끝으로 감고 매끄러운 잔의 표면을 닦고 있자면, 그 유리잔은 그 날 하루동안 그들에게 해준 말들을 하나씩 비춰올린다. 이따금 오해로 잔뜩 기대에 부푼 가슴에 실망을 안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장난스런 미소를 띄워주며 말하는, 다음 번에 오세요, 를. 저마다의 직장에서 가득 담아오던, 혹은 저들의 주변 이들에게 말하지못했던, 그것들에 스스로들에게 상처내던 불만과 한탄과 자책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신에 찬 눈으로 마주하며 말하는, 당신이니까 괜찮을거에요, 를. 아무도 공감 해주지않던 각자의 관심사를 반짝이는 눈으로 들뜨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당신의 그건 어떤건가요, 를. 유리잔들은 모두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앞에서 이야기한 건 여자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씩 떠나가기 시작하면 그 유리잔을 비우고 씻어내어 새로운 것을 담을 빈 그릇으로 만들어왔다. 여자 자신또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위하여 이전의 말들을 바삐 비워내야했다. 그리고나서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맞는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하고나면, 점차 밀려나는 과거를 잊기 마련이다. 그것이 1시간이 되었건, 하루가 되었건. 손톱만큼의 양이었건. 바위만큼의 양이었건. 위로 계속해서 쌓이고 나면 아래의 것들은 짖눌려 아주 얇게, 언젠가는 까마득한 아래에서 보이지않게 된다. 인간의 기억이든, 마음이든, 시간이든 반드시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자는 모두가 떠난 바테이블에 서서 혼자 잔을 닦아왔다. 잊지않는 여자는 깊어가는 이 밤의 아래에서, 그 잔들의 앞에서라면 외로워하지않는다.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피아노소리는 여자의 앞에 앉았다가 그녀의 눈이 바라봐주지않아 아쉬운 듯이 자리를 내어줬다. 누군가 앉아야할지도 모르니까, 언제까지고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테니.


딸랑. 유달리 문의 종소리가 청아하게 흔들린다. 더이상 손님이 올 시간은 아니다. 여자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깊어버린 밤손님을 맞는다. 남자가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고있었다. 여자는 잔을 내려놓는다.



"해리 씨."



여자는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프론트를 빠져나와 그를 부축한다. 괜찮아요. 숨이 차 겨우 입을 연 그의 몸에서, 어둡게 켜놓았던 조명 아래에서는 알아보지못한 물기가 묻어났다. 여자의 어깨가 축축하게 젖는다. 남자는 그녀의 옷이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있단 것을 깨닫자, 스스로 그녀의 손길을 거부한다. 밀어낸 그의 손길에 여자는 잠시 주춤하는가싶었지만, 다시 그의 어깨를 잡고 푹신한 검은 소파에 앉혀준다. 여자는 걱정스런 표정은 짓지않는다. 남자또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지않는다. 여자는 그를 잠시간 내려다보다 서둘러 잘 말려진 수건을 가져와 그의 어깨에 둘러준다. 축 쳐진 남자의 머리에선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제서야 여자는 안심이 되었단 듯 그의 곁에 내려앉았다. 여자가 그의 얼은 뺨에 손을 댄다. 뺨에 닿은 그녀의 손을 잡던 남자의 손등은 온갖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최근에 생긴 상처들인 것 같았다.



"언제 끝났어요?"

"오늘 새벽… 오후에 도착했어요."

"… 실패했나요?"

"아뇨, 성공하고 왔어요."

"… 누군가 죽었군요."

"… 네."  



여자와 눈을 마주치치않은 채, 무릎 위로 팔꿈치를 대고 얼굴을 가린 남자의 등은 굽어있다. 눈을 가린 남자는 울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눈을 가리고 싶었던 것뿐이었을테지. 그런 그의 옆에서 시선만 그를 향한 채 바라보고 있던 여자가 잠시 입술을 다문다. 그 잠시동안의 침묵의 틈으로 많은 소리들이 그 바닥을 스물스물 기어 남자의 다리를 붙잡는다. 남자의 발목을 붙잡았던 것들은 그치지않고 남자의 종아리까지 타고 기어올랐다. 곧 남자의 하반신을 뒤덮을 것이었다. 남자가 눈을 가리고 있던 한 손을 떼어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는다. 쾅, 남자의 귓가에서 하나의 폭발이 터진다. 발을 헛디뎌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다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붙잡는 이의 손이었다. 여자는 아주 옅게 미간을 일그러트린다. 가늘게 진 주름에서 안타까운 두근거림이 흔들린다. 여자는 손을 뻗어 굳이 그를 껴안아주지않는다. 대신 여자는 그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그러는동안 여자의 손을 쥔 그의 손아귀에 좀더 힘이 들어간다. 그의 목과 오른팔엔 아마도 찢기고 베인 상처들과 폭발하는 열에 데인 화상자국들로 가득할 것이다. 물기때문에 탄탄한 그의 몸에 들러붙은 면티 위로 붕대자국이 올라와있다. 아마 지금까지도 오른손으로 가리고 있는 눈 앞으로 그 상처들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무기와 폭발의 흔적과, 그의 동료들의 몸 여기저기를 관통하고 잘라내고 터뜨렸던 장면의 그림자가 순결히 맑았던 검은빛 눈동자 위로 스쳐지나치고 있겠지. 그리고 그것들은 맑은 그의 눈 위로 흙탕물을 떨어뜨려 넣고 그것이 그의 눈물이 되어 흐르는 광경을 보고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갉작이는 소리로 또다른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쾅. 두번째 폭음이 그의 귀를 덮어버린다. 분명 움직이기에도 힘들 손이, 여자의 손을 으스러뜨릴 듯 힘을 주었다. 여자의 손보다 울음을 쥐어짜며 참는 그의 입술이 더 아프리라고, 여자는 생각한다.


전장을, 폐로 찌르는 먼지로 먼저 느끼며, 함께 웃고 떠들며 구식 농담을 지껄이던 동료들이 불과 몇초, 몇분 전엔 인간이었을 잿더미들과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진 모습을 시퍼렇게 뜬 두 눈에 새기며, 손가락 끝에 걸쳐진 쇠로 된 고리를 당기면 거칠게 튀어나오는 총알의 반동을 깨달으며,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울부짖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가슴에 듣는 것은 여자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었다. 그저 누군가의 웃음섞인 무용담으로 들어왔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남자가 보고, 느끼고, 깨달아 온 것은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자랑할 만한 그런 것이 되지못한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럴 것이었다. 여자는 그의 등에 손을 올린다. 마땅히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거나 토닥인다거나 하지않는다. 지금 그를 이대로 안아버리게 된다면은 과연 갈기갈기 찢어지고 짖이겨지기 시작한 그의 세계를 되살릴 수 있는가. 여자는 그렇지않다, 라고 들리지않게 대답한다. 


그는 이 곳을 찾아왔다. 여자가 까무룩 잠이 들을 이 곳을. 딱히 따뜻한 곳도, 포근한 것도, 부드러운 곳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이 곳을 찾아왔다. 여자는 웃는다. 여자의 눈은 낮게 내리깔리고 미간은 좀더 찌푸려졌지만, 여자는 웃는다. 이 곳에서의 여자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말을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위로해주는 바의 오너Owner였다. 여자 스스로가 좋아 만들었고, 스스로가 만족하며 이 곳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 한 순간만큼은 '이 곳'임이 싫어졌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여자의 집으로 찾아오는 쪽을 훨씬 반기는 그런 부류의 생각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또, 그렇다고해서 그가 여기를 찾아온 것을 싫어하는 걸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였다. 왠지 이 곳의 자신이 이 곳의 오너Owner로서, 그를 맞아들인 것같은 기분이 물리는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 곳을 찾아와주었다. 전장의 흙이 섞인 피를 흘리며 너덜거리는 제 몸을 이끌고 '이 곳'을 찾아와준 그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사소했고, 초라했으며, 확신이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웃었다.



"해리 씨."



여자는 또다시 그를 부른다. 그녀의 부름에, 남자는 얼굴을 파묻고 있던 손에서 강제로 검은 쇠붙이의 아지랑이 속으로 고개를 들었다. 침침한 노란 조명 아래에서 붉으스름하게 달아올라있지않던 그의 눈이, 체액을 생성하여 표출시켜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기관을 자의적으로 세포 하나하나 얼려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손을 뻗는다. 여자의 손은 남자의 어깨를 끌어당긴다. 남자의 몸은 기울어진다. 이번의 남자는 여자의 손을 내치지않고 그대로 여자의 손이 닿는대로 따른다. 남자의 머리가 여자의 허벅지에 사뿐히 기대어진다. 관자놀이로 닿는 여자의 맨살에 남자는 몸을 돌려 여자를 보려한다. 몸을 똑바로 돌려 여자를 올려다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남자는 여자를 보지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눈 위로 왼손을 덮는다. 남자는 다시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흐끄무레해진 것을 느꼈다. 여자를 부르려던 남자의 목소리는 나오지못했다. 어둠이 내려앉게 된 시야에서 남자는 쇠붙이를 보지못했다. 


오문(誤文). 쇠붙이가 아닌, 그녀의 체취를 보았다. 그녀의 오른손이 부드럽게 왼쪽 뺨을 감싼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입술을 달싹거리려 했을 때, 인기척이 가까워짐을 느끼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입술에 맞닿는 것을 더 가까이 느낀다. 답지않은, 바스라질 깃털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쥐는 것같은 그런 입맞춤에, 그녀를 부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남자를 부른다. 해리 씨. 해리. 언제나 가벼운 무게로 바닥에 닿으면 날아갈 것같던 이름이 이 순간보다 더 온연한 무게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본래의 무게로 남자에게 내려앉는다. 뺨에 닿아있던 그녀의 오른손 끝으로 뺨에서, 턱에서, 목으로 내려간다. 보기보다 깊게 베여진 상처에서 맴돌던 손길에 남자는 움찔거리고 말지만, 남자는 기분 나빠하지않는다. 닿은 그 손길에서 마치 벌어진 피부가 아물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마법이라도 부릴 줄 아는 것인가, 되도 않는 생각이 들어 입꼬리가 우스꽝스럽게 씰룩거린다. 남자의 허물을 녹여간다. 목에서 잠시 주춤하던 손 끝은 다시 목덜미에서, 쇄골에서, 가슴으로 도착한다. 그녀의 손이 남자의 가슴 위로 내려앉는다. 그녀의 손의 뜨거운 온기를 느꼈을 때엔, 이미 비의 냉기를 그녀가 모두 앗아가버린 후다. 그녀의 손 위로 남자가 손을 올렸다. 그녀가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

"끝까지 잘 참았어요."

"."

"잘했어요."



My Hero.



굳어가던 세포가 와르르 무너진다. 그녀의 왼손 아래에서 스스로가 느끼기도 전에, 스스로가 허락을 내리기도 전에. 그녀의 말에서, 모든 것에 대한 용서를 받았다. 스스로가 가두려 들려했던 것은 고여서 막 썩어들려했다. 남자는 썩어가기 시작하려했던 것을 그녀의 손에 묻힐 수 없어 그녀의 왼손을 떼어냈다. 여자는 웃고있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비웃지않았다. 남자는 슬프지않았다.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뻗었던 손은, 그마저도 여자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다시한번, 여자의 입술이 내려앉을 때까지. 남자는 떨어지는 혹성일지언정 자신의 눈 앞에 닿기 직전에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여자에게서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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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r not ready to leave yet.

Harry X Lebatte 

다크히어로 기반.

By. Let's Be





웅성이고 속닥거리는 소리. 딱히 달갑지않다. 이 몇몇의 소리들로 사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고 결국엔 이 회장을 나가는 순간 그들의 입을 열게 만드는 소리다. 겨우 사탕발림이 몇번이나 코팅된 몇 마디로 생명은 꺼지기도 하고 다시 타오르기도 했다. 남자는 이를 깨물었다. 사람들의 음성과 함께 섞여드는 왈츠와 엇비슷한 악기들의 노래가 섞인다. 남자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소음에 지나지않는 소리들에 머리가 아파온 탓에 그는 귀에 보이지않게 끼워져있는 이어폰을 꽉 눌러끼운다. 그렇지만 이것도 딱히 유쾌하지않는 물건이다. 이것에서 나온 목소리가 남자에게 또한 그들을 죽이라고, 살리라고도 할테니까. 남자는 곁눈짓으로 대리석으로 된 사자모형을 흘낀다. 쯧, 들리지않게 혀를 찬다. 남자는 손에 쥐고있던 술잔을 입술에 가볍게 기울인다. 몇 모금 입 안에 머금고만 있다가 질린다는 듯이 테이블 위에 탁 소리가 나도록 올려둔다. 아까 주주들과의 회담을 끝마치고와서 망정이었다. 지금까지 이야기가 길어졌다면 아마 남자는 그 곳의 테이블을 모조리 두 동강 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남자의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남자는 주위를 훑어본다. 여전히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파티. 남자는 파티에 참가한 여자들을 흝어본다. 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부모를 따라왔든, 자의로 스스로의 직함을 가지고왔든 그런 여인들일테지. 남자는 테이블에 올려뒀던 잔을 집어들어 한 모금 홀짝인다. 다시 테이블에 놓아두고 기대고있던 몸을 떼어, 앞의 여인에게 다가간다. 그는 최대한 과거를 떠올린다. 그 곳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에게, 여인에게 오른손을 내민다. 오랜만에 남자는. 아이를 어루듯, 웃어주었다. 



"한 곡,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여인은 역시 그런 남자를 마다하지않는다. 딱. 합성플라스틱이 딱딱한 것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모니터 위로 드러나는 남자의 웃음에 여자는 싱글대던 얼굴을 순간 굳힐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얼마가지않아 여자는 큭, 하고 웃음을 참아낸다. 알만도 했다. 그래, 나랑 놀아보고싶다는군요. 내 영웅인형. 여자는 킥킥대는 웃음을 참아내며 흥미롭게 바라본다. 당신이라는 인형은 그래야 내 것답죠. 여자는 들리지않게 말한다. 하지만, 여자의 이어폰은 이미 불이 들어온 on상태였다. 들었든, 듣지않았든. 여자는 인형이 좀더 즐겁게 놀다오길 바랬다. 한껏 아이의 손을 탄 인형은 자기가 아이에게, 아이의 부모에게 최고의 보람과 재미를 준 것인지 알테니말이다. 여자는 턱을 괸 손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두드린다. 여자의 눈은 점차 좀더 진한 푸른 빛을 굳혀낸다. 그리고 물이 얼어 얼음이 된 그것은 한 줄기의 섬광을 띄며 웃는다. 여자는 여전히 새어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낸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이렇게 이따금, 인형고리를 쥔 손을 뜯어내려드는 인형의 객기를 보는 것은. 여자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않는다. 이렇게 재밌는 구경거리를 언제 또 볼수있을 지 모르잖아. 한참이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남녀 한 쌍이 모니터에서 벗어나지않는다. 카메라 렌즈는 남자가 정면으로, 여자를 카메라에 등 지운 채로 왔을 때 가까이 줌인을 시킨다. 남자가 또렷한 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바라본다. 늘 바람 빠진 호랑이의 행세를 하다가도 이렇게 잠시 바깥공기를 맡게 해줄 때마다 호랑이는 이를 드러내며 여자를 마주보아왔다. 여자는 익숙한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않는다. 단지 웃음이 끊이질않아 킥킥대며 참아낼뿐. 남자가 카메라에 눈을 떼지않은 채로 여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그들의 춤사위는 그럼에도 멈추지않고, 남자가 점차 몸을 밀착시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객기에 가까운 도발. 여자의 웃음소리가 멎는다. 그러나, 미소는 좀더 온연히 짙어진다. 아ㅡ. 여자는 깨달은 듯이 탄성을 지른다. 왈츠는 잦아들고, 또다른 하나의 재즈가 감돌기시작한다. 



고고히 앉은 의자 위에서 여자는 가소롭다 웃으며 모니터를 내려다본다. 나른하게 튕겨지는 어쿠스틱의 소리와 박수소리를 닮은 느린 비트는 70년대풍의 빈티지 재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모니터 너머로 남자의 시선이 닿자 여자는 여유롭게 바라보며 웃는다. 딱딱. 여자의 가죽 장갑으로 감싸여진 손가락이 의자 팔걸이를 못마땅하게 혹은, 박자에 맞춰 두드린다. 딱딱딱. 여자는 그대로 내려다보고있었다. 남자가 움직였다. 조금은 미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요염하게 비음을 냈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손에 낀 검은 장갑을 벗어 바닥으로 던진다. 입고있던 검은색 H라인 스커트를, 허리춤에서 꺼낸 잭 나이프로 옆을 쭉 찢어버려, 한낱 천 조각이 되어버린 것도 보란듯이 떨어뜨린다. 어둠 속에서도 흐끄무레하게 하얗던 셔츠를 단추도 풀지않은 채, 그대로 뜯어내어 단추가 우수수 쏟아져 내리며 바닥에서 굴렀다. 여자는 셔츠도 벗어내어 던진다. 온연한 나체의 여자가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허리를 꼿꼿히 폈다. 탐스런 여자의 몸은 어둠 속에서 모니터의 빛을 받으며 전부 드러난다. 굽 높은 구두도 벗어던져 자리에서 내려온 여자는 매끈한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여자는 눈을 내리깔듯 부드럽게 눈웃음 지으며 그 어둠속을 빠져나왔다. 


여인을 떠나보내고, 지루하단 듯 술을 홀짝이고 있던 남자의 앞으로 매끈한 검은 롱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남자의 곁으로 천천히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여인의 자리가 빈 남자는 여자에게 다시 굳은 얼굴로 바라본다. 여자는 웃으며 남자를 올려다본다. 여자가 남자에게 손등을 보이며 손을 내민다. 남자는 대꾸도 않고 손바닥을 보이며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에게 이목이 집중되기엔 혼잡하고 시끄러운 회장이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이방인일 여자를, 더욱이 알아볼 리 없다. 잔잔하게 회장에 내리깔리던 재즈의 느린 비트가 나쁘지않다. 중간중간 끼여있던 벅찬 숨소리를 여자는 즐기고 있었다. 그 숨소리가 당신의 소리가 되는 것도. 남자가 왼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낮춰 여자의 손등에 입맞춘다. 나쁘지않을텐데. 손등에 진한 입술자국을 새기며 입술을 떼기 전, 남자가 빨아올린 피부를 이로 깨물었다. 여자는 남자의 그런 행동에 미간을 찌푸리지않는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오른손을 올리더니, 손이 점점 그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뱀의 유연한 몸뚱아리처럼 남자의 목을 휘감는다. 당겨지는 타의적인 힘에 남자는 가만히 상체를 내려 여자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여자는 가까워지는 남자의 얼굴에 고개를 비틀어, 이 곳에서 키스라도 할 듯 얼굴을 댄다. 반대편에서 보는 여인의 시선에서는, 이미 그들은 하나가 된 것마냥. 그렇게 닿지않는 감촉보다 숨결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귓가로 재즈 속 가픈 숨소리가 내려앉았다. 그것보다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렸을테지만. 여자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웃는다. 남자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않는다. 남자가 왼팔을 들어 여자의 허리를 와락 끌어당겨안았다. 예상 외의 행동에도 여자는 의외라는 반응만 보일 뿐, 놀라지는 않는다. 입술이 좀더 가까워진다. 조금만 입술을 뻥긋한다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이다. 1mm라도 될까싶은 그 거리는 여자의 시선에서는 1m였다. 좀더 가까이 보이는 남자의 입술은 여자의 몸보다도 더 탐스러워보였다. 아아. 여자는 신음같은 탄성을 꾹 집어삼킨다. 뱀의 미소를 짓던 여자가 눈을 감는다. 여기서 그대로 닿는 것도 나쁘지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곧 목에 닿을 감촉에 미소를 지우고 눈를 떴다. 목을 움켜쥐려던 남자의 오른손을 먼저, 닿기 전에 손목을 잡아냈다. 남자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않는다. 여자가 피식 웃는다. 순간 힘이 들어가려던 남자의 손을, 여자는 손끝으로 훑고 올라가 그 다부진 손가락들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깍지를 긴다. 꽈악 쥐어지는 손에서 가죽장갑이 찌득대는 소리가 났다. 그들은 입술도, 손도, 마음껏 움직이고 못한 채로 자의로써 서로를 옮아맸다. 여자가 웃었다.



"We'er not ready to leave yet. (우리는 아직 떠날 준비가 안 되었어요.)"



남자의 입술 위로 여자가 웃음으로, 입술을 맞춘다. 평소같지않게 가볍게 닿은 입술은 여자의 웃음으로 가볍게 떨렸다. 남자의 입술을 핥는 여자의 간질임에도 여자는 그늘에 가려진 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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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해리 01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않고 비어버린 좁은 거리를 이젠 굵어져버린 소나기가 가득 채운다. 해가 밝아오다 만 새벽의 하늘처럼 푸르스름한 거리는 거센 빗소리를 고스란히 듣는다. 군데군데 오래되어 움푹 꺼진 도로에는 빗물이 모여 웅덩이를 이루고,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인해 웅덩이는 넘쳐버린다. 찰박. 넘쳐흘러 내를 이루는 웅덩이를 밟는다. 푸른 거리를 걷는 남자는 축축히 젖어들어 들러붙는 옷깃에도 거리낌이 없다.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긴 코트는 빗물을 흘러내리는 듯, 빨아들이는 듯, 이미 전부 젖어있다. 그럼에도 남자는 서두름 하나조차도 잊었다. 아니면 생각을 해내려 하지않는 걸지도. 남자는 후드를 뒤집어 쓴 채였지만, 바람에 곧 벗겨질듯 아슬하게 걸쳐져있었다. 가려지지못한 날렵한 코 끝으로 고인 빗물이 결국엔 웅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한숨조차 고이지않는 남자의 가슴은 무게조차 느끼지못함을 알지못한다. 마부를 떨어뜨린 말들은 덜컥거리는 마차소리만으로 알아버리고 무작정 걷기만 한다. 계속, 같은 장면을 반복하던 남자가 그제서야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어둡게 내려있던 그늘이 그쳐올라가고, 남자의 다부진 턱까지 전부 드러난다. 남자의 콧등으로 빗물이 떨어진다. 마주 선 그녀가 그를 보며 소리없이, 반갑게 웃는다. 남자와 똑같은 차림새의 여자는 검은 우산 아래에서 비를 가리고 남자를 바라본다. 그녀가 다가와 쓰고있던 우산을 기울여준다.


"왜 우산도 없이 그냥 나갔어요."
"…."
"어쩐 일로 말도 없이 나가고."
"…."
"적어도 어디 간다고 나한테 이야기해야할 거 아니에요."
"… 잠시 다녀왔습니다."
"… 알았어요."


그녀는 웃으며 우산을 넘겨준다. 그리곤 여느 때처럼 팔로 목을 감아온다. 여자는 안은 남자의 목덜미가 차게 식어있단 것을 느낀다. 분명 잊지못한 '그 곳'을 다녀온 것이리라. 여자는 차가운 남자의 귀에 뺨을 댄다. 비의 냉기에 차갑게 얼어있던 귀가 점점 따뜻해져온다. 여자는 뺨을 떼고 남자를 마주본다. 남자는 여자를 내려다본다. 빗소리는 여전히 그 적막을 깨고 있지만, 그들의 우산을 내쳐내지못했다. 빗물에 차갑게 얼어있을 그의 입술에 입맞춘다. 따뜻한 단 내가 나는 그녀의 입술이 닿는다. 남자의 얼은 몸을 녹이기 위해 찾아온 여자는, 또다시는 그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BN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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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트롤] 뛰어내리는 난간에서.
Harry X Lebatte 
By. Let's Be
BGM. Inakamono - 아지랑이 데이즈






날씨가 좋아. 병이 날만큼 너무나 눈부신 햇살 속은.


"냐아하, 오늘은 난간을 뛰어넘고싶은 날이네요."
"무슨 말이에요?"
"글쎄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
"이대로 도망가버리면 당신이 저 좀 잡아줄래요?"
"어디로 갈건데요?"
"그걸 알려주면 재미없잖아요."
"아까는 잡아달란 듯이 말했잖아요. 그런데, 재미라뇨?"
"잡아줘요. 당신이."
"잠깐!"


붙잡아줘요. 내 소원이야. 도무지 알 수 없던 말을 하던 여자의 말을 깨닫기도 전에, 여자의 몸이 기울어졌다. 키 낮은 난간에 앉아 낭떠러지 위로 다리를 덜렁거리던 여자가 난간을 짚고 뛰어내려 그대로 밑으로 떨어져내렸다. 남자는 생각보다 높은 비탈길의 절벽으로 떨어진 여자로 인해서 놀라지않을 수 없었다. 놀란 눈으로 아랫쪽으로, 난간에 몸을 기울여 내려다보니 여자는 가볍게 다리를 굽혀 바닥으로 안착한다. 여자는 구부정한 몸을 펴고 남자 쪽을 향해 올려다보고 웃는다. 아무런게 아니란 듯이 여자는 평범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멍한 남자는 그녀를 쫓아야하는가 생각이 든다. 여자가 소리내지않고 웃으며 입술로 말한다. 날 쫓아와요. 남자의 시선으로, 그녀가 아지랑이로 흔들리며 웃고있는다. 그 아지랑이춤이 남자를 먹어치우기 전에, 흔들리기 전에 남자가 그 곳에서 움직였다. 좀더 빠르게 남자가 달리기시작한다. 여름의 아지랑이가 그녀에게서 흔들린다. 남자가 난간을 돌아 내리막길로 뛰쳐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여자도 그제서야 그를 따돌리기 위해서 열기가 오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그가 찾을 수 없는 곳까지, 달려야했다. 여자는 그가 좀더 달려, 끝내는 자신을 찾길 바라지않는다. 바랐다.

남자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줄어들지않는 거리에 이상함을 느낀다고 해도, 이 흔들리는 두근거림부터 느껴야한다. 여자는 그를 향해 뒤 한번 돌아보지않고 달렸다. 차만 달리던 도로가에서, 빈 내리막을 내려오고, 좁은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 한적한 산책로까지. 분명 달음박질이 아무리 빠른 여자라고 한들, 건장한 남자를 이길 수 없는 것이 평범, 일텐데도, 여자는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숨은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놓친 것도 알지못한 채 여전히 빈 길을 달리고 있는건가. 남자는 숨을 고르는 것부터가 먼저였다. 건강한 남자였어도 30분 가까이 쉬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달렸다보니 어쩔 수 없다. 고개를 들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녀를 따라왔을 뿐이지. 푸르스름하기도하고, 검기도 한 털을 가진 고양이가, 남자의 얼굴에서 떨어져 바닥에 스며든 땀자국 옆으로 슥 지나간다. 느릿, 한 걸음으로 여유롭게 지나던 그 고양이는 날렵한 허리를 흔들며 매끄럽게 남자의 옆을 지나 그 앞을 걸어간다. 주인이 없어보이는 길고양이처럼 보였으나, 그 동물은 남자를 아랑곳하지않고 제 갈 길을 걸었다. 오롯이 빈 산책로를 지나는 검푸른 고양이의 뒤를 남자는 끝까지 바라본다. 그 요염히 흔들리는 꼬리는 오로지 자신의 세계를 지켰다. 한참은 멀어진 고양이 앞으로 뾰족하고 검은 구두가 보인다. 남자는 고개를 든다. 여자가 검푸른 고양이를 향해 팔을 뻗어 끌어안는다. 그 둘은 마주 섰다. 멀리서. 다시 여자가 말한다.


"아직이에요. 나를 잡으려면 좀더 나를 따라와야해요."
"어딜 가려구요. 레바테씨."
"후후."


여자의 품에서 검푸른 고양이는 뛰어내렸다. 그 요물은 다시금 자기 길을 걸었다. 남자는 미처 잡으려 손을 뻗기 전에, 천천히 걷던 여자는 또다시 달린다. 무한루프로 도는 꿈처럼 또다시 지루하게 반복된다. 남자는 다음번에 반드시 잡으리라는 기분으로 다시 따라달렸다. 굳이 달리지않았어도 되었다. 그녀가 가고싶어하던대로 가게 둘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힘들여 그녀를 쫓는 이유는. 그건 나중에 그녀에게서 듣기로 하자. 

아직 그녀는 사라지지않았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그녀가 눈 앞에서 없어지지않게, 잡아야한다. 여자가 산책로 옆으로 난 풀숲으로 들어간다. 구두를 신고도 여자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흘리며 그가 그걸 찾아주길 바라는 것 같아 보였다. 남자도 그녀를 따라 풀숲을 헤치고 들어간다. 그녀와의 거리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 차이는 천천히 줄었을 뿐이었다.  굵은 나무 사이를 날렵하게 피하는 여자를 따라 그도 따랐다. 그들의 숨바꼭질은 끊어지지않는다. 여자의 앞으로 붉은 빛이 벌어져 비춰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하, 하고 웃었다. 

슬금슬금 벌어지는 나무 틈으로 석양이 비집고 나왔다. 바다를 안은 석양이 여자의 앞도 함께 끌어안아버린다. 눈부신 그 빛에 여자의 눈살은 살짝 찌푸려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쁘지않을 것 같았다. 이대로 멈추는 것도, 달리는 것도, 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자는 그렇게 안심한다. 숲에서 여자가 빠져나왔다. 그녀의 앞에서 모래사장도, 붉은 빛 가득, 비어있었다. 숲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걷고서 그 자리에 섰다. 숲과는 조금 거리가 생긴다. 그 빈 거리에 그가 와, 서있었다. 그의 숨도, 그녀의 숨도 가프다. 그녀가 다시 느릿하게 두 발자국 앞으로 걸었다. 붉은 모래사장과 붉은 바다가 가까워졌다. 그녀의 뒤의 그도 가까워진다. 그에게 모래사장도, 바다도 가까워지고, 그녀도 가까워졌다. 그녀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않았다. 그래서 그도 안심이 되었다. 


나를 잡으려면 좀 더 나를 따라와야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미동이 없었다. 좀 더, 라고 떠올랐다. 이번만큼은, 그녀가 도망칠 수 없도록 해야하지않을까. 그대로 그는 안아버린다. 그녀를 뒤돌게 만들게 하거나, 그녀도 뒤돌지 않았다. 굳이 서로를 보지않아도 된다. 귓가에서의 그의 숨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그는 이야기했으니까말이다. 난 잡아줬어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녀의 부드럽게 물결치는 머리칼이 좀 더 길게 내려앉는다. 그녀는 이야기하지않았다.


잡아줘서 고마워요. 


분명 말하지않는 그녀를 그도 알아줄거라고 생각했으니까말이다. 그녀는 그것을 그에게 묻지않는 대신, 뒤돌아 그의 등을 끌어안는 것으로 만족했다. 모든 대답은 그의 가슴으로 들었겠지.


"그렇다고 뛰어내리진마요, 위험하잖아요."
"냐하, 나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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