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어린 트롤들에게는 어머니같은 말투를 사용하고, 연상일 때에는 꼬박꼬박 존대를 한다.
(예시: ~한단다, 이렇게 하자꾸나, 앞으로 조심하렴)
* 이모티콘
~)ㅣ) = 기분 좋을 때 만 사용한다
~) = 상징기호 / ㅣ= 감은 눈
* 무기/능력
1. 미정
2. 상대의 눈에서 운명의 시계를 본다. 눈동자에서 시계가 움직이는 것으로 운명을 볼 수 있다.
특히 탄생의 시간과 죽음의 시간. 초침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희미하게 예정된 운명을 본다.
인생에서 비가 내리는 시간(고난의 시간)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타인의 인생에 얽히게 되는 사분면의 죽음까지 볼 수 있다.
능력 사용 시, 홍채의 색이 동공으로 모이며 동공과 홍채 색이 역전된다. 능력을 사용할수록 머리칼 끝부분의 색이 점점 올라온다.
속도보다는 힘이 세다.
* 외형
능력으로인해 함부로 타인의 생과 사를 보고싶지않아서 항상 눈을 감고 다닌다. 하이인터라 감각은 좋은 편이지만, 당사자는 앞이 보이지않는게 매우 불편한 듯. 중요하거나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눈을 뜨기도 한다.
능력을 사용하지않더라도 검은 머리의 ¼쯤은 피 색으로 물들어있다.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샌가 다시 물들어있다.
약간의 곱슬끼 있는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어 오른쪽으로 넘겨둔다.
하이웨스트형 롱스커트와 세모난 단추가 달린 터틀넥 민소매는 발목을 전부 덮는 원피스이다. 팔이 전부 비치는 소매는 쉬폰으로 똑바로 서면 무릎께까지 오는 길이이다. (프로필 그림에서는 전부 피 색계열로 통일해버렸지만, 실제 옷의 색은 그림과 같다)
이녹은 주로 하이브에서 제를 올리며 살기때문에 따로 신발은 신지않는다. 밖을 나갈 때에도 맨발로 다닌다.
*성격
(겜지가 믿는 종교에서 파생되어 해석된)신을 믿는다. 신에게서 계시를 받았기에 자신이 운명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믿지만, 주변사람들의 죽음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그들의 정해진 운명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신의 계시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는 것에 엄청난 자괴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내색하지않는 회의감과 불안함, 자괴감으로 늘 정신이 불안한 상태.) 운명은 받아들였으나 죽음에 관해서는 민감하다. 무슨 일이든 중립이자, 심판자로서 있고싶어하지만, 길잡이로서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대해준다. 누군가를 보살펴주는 일을 좋아한다. 종종 다른 트롤이 하이브에 찾아오면 상담을 받아주기도 하지만, 메이트나 모이레일이 있는 트롤들이 오는 것은 망설인다. 그들의 깊은 사분면들의 죽음까지 보이기때문에 그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자의 슬픔까지 볼 수 있기때문.
- DEAD (차후에 바뀔수있음) => 헬커를 알파에게 인도해주고 헬커가 알파를 죽이자(압사), 그 사실을 알고 죄책감에 미쳐 날뛰며 보이는대로 이웃 트롤들의 눈을 뽑아 죽인다. 그리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나서 아무 죄없는 트롤들의 운명을 죽여버렸다는 사실에 제 눈을 뽑고 자살한다.
* 좋아하는것
아이들
돕는 것
이야기하는 것
*싫어하는것
정해진 것에서 벗어나는 일.(하지만 자신이 늘 범하는 일이다.)
죽음
욕설
* 하이브 : 황무지에 위치.
검은색 계단이 하이브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높게 지어져있다. 계단의 속(하이브의 아래)에는 루서스를 위한 제례공간이 만들어져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에는 유리없이 신전 기둥만으로 지탱하고 있고 기둥들 사이사이에는 푸른 천이 커튼처럼 바람에 휘날린다. 1층에는 루서스의 공간으로 이어져있는 계단이 있고 간단히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정도만 배치해뒀다.
2층에는 1층과 마찬가지로 신전기둥으로 벽이 되어있지만 전면이 유리로 둘러쌓여있고 주방부터 침실까지 개인적인 것들이 놓여있다.
3층에는 작은 다락방으로 전면이 검은 벽으로만 되어있고 커다란 창문에 창틀 턱이 넓다. 이녹이 주로 혼자 있고싶을 때 애용한다.
하이브로 올라오는 계단 위, 1층 앞 쪽으로는 4개의 화로가 언제나 켜져있다. 그리고 항상 향을 짙게 피워두고있다.
*기형물: 이리인간(≒늑대인간)
인간형 이리인간의 형태이지만, 생각보다 겁이 많다. 원래부터 겁이 많진않았지만 이런 이유가 있는듯.
키는 3 m정도. 일반적으로 아는 늑대인간과 달리 털이 풍성한 꼬리가 있다.
힘은 세지만 원체 겁이 많다보니 그닥 쓸 일이 없다.
겁이 많다보니 다른 트롤과 만나는 것도 꺼려하여 이녹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한 보호자&사육사 관계인 루서스와 트롤의 관계에 특이하게도 이녹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겁쟁이이지만 먹이를 먹을때만큼은 본성이 드러난다.
기형물이라면 다 먹지만 특히 늑대형 기형물을 제일 좋아한다. 먹이로써
* 상징기호
- 제단자리
남반구와 북반구의 일부지역에서 볼수 있는 별자리로 11월부터 1월사이에 잘 볼수 있다.
전갈자리의 남쪽에서 찾을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윗부분만 조금 볼 수 있다.
천구의 남쪽에 있는 작은 별자리로 올림포스 산의 신들이 티탄 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제단이다.
이 밖에도 켄타우루스가 이리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쌓은 제단이란 말도 있다.
*기타
1. 언제 하는지는 모르지만 정기적으로 제례도 치룬다고 하는 것 같다.
하이브 지하에는 루서스의 방이 있는데, 이것은 루서스가 먹이를 먹을 때를 대비해서 따로 격리해둔 것이라고 한다.
이녹은 루서스에게 나름의 메이트스프릿쉽을 느끼는 정도이지만, 실질적인 메이트스프릿쉽은 아닌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있는다.
인간으로 치자면 '정'에 가깝다. 이것의 원인이 되는 사건은 따로 있다.
2. 휴먼스턱 설정에서는 운명을 본다하여 귀신 들린 아이로 불리며, 그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이모인 레바테(선조)에게 거둬져 키워진다.
* 관계
메이트스프릿쉽(Matespritship)♥ -
모이럴리전스(Moirallegiance)♦ - 아르피드 크로하이드 (Arphid Crohyd) : 철없는 맏아들 혹은 막내아들쯤으로 여김. (알파가 오빠임)
마지막 손님을 받았던 잔을 닦았다. 직원들과 손님들의 회귀본능은 이미 저들을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여자만 이 바를 둥지 삼아 유리잔을 닦았다. 선명한 색으로 느슨한 재즈피아노의 건반소리는 비어버린 의자들 위로 앉아 아마 적적할 여자에게 형체없는 말벗이 되어준다. 부드러운 수건을 손끝으로 감고 매끄러운 잔의 표면을 닦고 있자면, 그 유리잔은 그 날 하루동안 그들에게 해준 말들을 하나씩 비춰올린다. 이따금 오해로 잔뜩 기대에 부푼 가슴에 실망을 안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장난스런 미소를 띄워주며 말하는, 다음 번에 오세요, 를. 저마다의 직장에서 가득 담아오던, 혹은 저들의 주변 이들에게 말하지못했던, 그것들에 스스로들에게 상처내던 불만과 한탄과 자책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신에 찬 눈으로 마주하며 말하는, 당신이니까 괜찮을거에요, 를. 아무도 공감 해주지않던 각자의 관심사를 반짝이는 눈으로 들뜨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당신의 그건 어떤건가요, 를. 유리잔들은 모두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앞에서 이야기한 건 여자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씩 떠나가기 시작하면 그 유리잔을 비우고 씻어내어 새로운 것을 담을 빈 그릇으로 만들어왔다. 여자 자신또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위하여 이전의 말들을 바삐 비워내야했다. 그리고나서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맞는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하고나면, 점차 밀려나는 과거를 잊기 마련이다. 그것이 1시간이 되었건, 하루가 되었건. 손톱만큼의 양이었건. 바위만큼의 양이었건. 위로 계속해서 쌓이고 나면 아래의 것들은 짖눌려 아주 얇게, 언젠가는 까마득한 아래에서 보이지않게 된다. 인간의 기억이든, 마음이든, 시간이든 반드시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자는 모두가 떠난 바테이블에 서서 혼자 잔을 닦아왔다. 잊지않는 여자는 깊어가는 이 밤의 아래에서, 그 잔들의 앞에서라면 외로워하지않는다.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피아노소리는 여자의 앞에 앉았다가 그녀의 눈이 바라봐주지않아 아쉬운 듯이 자리를 내어줬다. 누군가 앉아야할지도 모르니까, 언제까지고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테니.
딸랑. 유달리 문의 종소리가 청아하게 흔들린다. 더이상 손님이 올 시간은 아니다. 여자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깊어버린 밤손님을 맞는다. 남자가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고있었다. 여자는 잔을 내려놓는다.
"해리 씨."
여자는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프론트를 빠져나와 그를 부축한다. 괜찮아요. 숨이 차 겨우 입을 연 그의 몸에서, 어둡게 켜놓았던 조명 아래에서는 알아보지못한 물기가 묻어났다. 여자의 어깨가 축축하게 젖는다. 남자는 그녀의 옷이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있단 것을 깨닫자, 스스로 그녀의 손길을 거부한다. 밀어낸 그의 손길에 여자는 잠시 주춤하는가싶었지만, 다시 그의 어깨를 잡고 푹신한 검은 소파에 앉혀준다. 여자는 걱정스런 표정은 짓지않는다. 남자또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지않는다. 여자는 그를 잠시간 내려다보다 서둘러 잘 말려진 수건을 가져와 그의 어깨에 둘러준다. 축 쳐진 남자의 머리에선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제서야 여자는 안심이 되었단 듯 그의 곁에 내려앉았다. 여자가 그의 얼은 뺨에 손을 댄다. 뺨에 닿은 그녀의 손을 잡던 남자의 손등은 온갖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최근에 생긴 상처들인 것 같았다.
"언제 끝났어요?"
"오늘 새벽… 오후에 도착했어요."
"… 실패했나요?"
"아뇨, 성공하고 왔어요."
"… 누군가 죽었군요."
"… 네."
여자와 눈을 마주치치않은 채, 무릎 위로 팔꿈치를 대고 얼굴을 가린 남자의 등은 굽어있다. 눈을 가린 남자는 울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눈을 가리고 싶었던 것뿐이었을테지. 그런 그의 옆에서 시선만 그를 향한 채 바라보고 있던 여자가 잠시 입술을 다문다. 그 잠시동안의 침묵의 틈으로 많은 소리들이 그 바닥을 스물스물 기어 남자의 다리를 붙잡는다. 남자의 발목을 붙잡았던 것들은 그치지않고 남자의 종아리까지 타고 기어올랐다. 곧 남자의 하반신을 뒤덮을 것이었다. 남자가 눈을 가리고 있던 한 손을 떼어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는다. 쾅, 남자의 귓가에서 하나의 폭발이 터진다. 발을 헛디뎌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다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붙잡는 이의 손이었다. 여자는 아주 옅게 미간을 일그러트린다. 가늘게 진 주름에서 안타까운 두근거림이 흔들린다. 여자는 손을 뻗어 굳이 그를 껴안아주지않는다. 대신 여자는 그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그러는동안 여자의 손을 쥔 그의 손아귀에 좀더 힘이 들어간다. 그의 목과 오른팔엔 아마도 찢기고 베인 상처들과 폭발하는 열에 데인 화상자국들로 가득할 것이다. 물기때문에 탄탄한 그의 몸에 들러붙은 면티 위로 붕대자국이 올라와있다. 아마 지금까지도 오른손으로 가리고 있는 눈 앞으로 그 상처들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무기와 폭발의 흔적과, 그의 동료들의 몸 여기저기를 관통하고 잘라내고 터뜨렸던 장면의 그림자가 순결히 맑았던 검은빛 눈동자 위로 스쳐지나치고 있겠지. 그리고 그것들은 맑은 그의 눈 위로 흙탕물을 떨어뜨려 넣고 그것이 그의 눈물이 되어 흐르는 광경을 보고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갉작이는 소리로 또다른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쾅. 두번째 폭음이 그의 귀를 덮어버린다. 분명 움직이기에도 힘들 손이, 여자의 손을 으스러뜨릴 듯 힘을 주었다. 여자의 손보다 울음을 쥐어짜며 참는 그의 입술이 더 아프리라고, 여자는 생각한다.
전장을, 폐로 찌르는 먼지로 먼저 느끼며, 함께 웃고 떠들며 구식 농담을 지껄이던 동료들이 불과 몇초, 몇분 전엔 인간이었을 잿더미들과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진 모습을 시퍼렇게 뜬 두 눈에 새기며, 손가락 끝에 걸쳐진 쇠로 된 고리를 당기면 거칠게 튀어나오는 총알의 반동을 깨달으며,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울부짖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가슴에 듣는 것은 여자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었다. 그저 누군가의 웃음섞인 무용담으로 들어왔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남자가 보고, 느끼고, 깨달아 온 것은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자랑할 만한 그런 것이 되지못한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럴 것이었다. 여자는 그의 등에 손을 올린다. 마땅히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거나 토닥인다거나 하지않는다. 지금 그를 이대로 안아버리게 된다면은 과연 갈기갈기 찢어지고 짖이겨지기 시작한 그의 세계를 되살릴 수 있는가. 여자는 그렇지않다, 라고 들리지않게 대답한다.
그는 이 곳을 찾아왔다. 여자가 까무룩 잠이 들을 이 곳을. 딱히 따뜻한 곳도, 포근한 것도, 부드러운 곳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이 곳을 찾아왔다. 여자는 웃는다. 여자의 눈은 낮게 내리깔리고 미간은 좀더 찌푸려졌지만, 여자는 웃는다. 이 곳에서의 여자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말을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위로해주는 바의 오너Owner였다. 여자 스스로가 좋아 만들었고, 스스로가 만족하며 이 곳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 한 순간만큼은 '이 곳'임이 싫어졌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여자의 집으로 찾아오는 쪽을 훨씬 반기는 그런 부류의 생각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또, 그렇다고해서 그가 여기를 찾아온 것을 싫어하는 걸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였다. 왠지 이 곳의 자신이 이 곳의 오너Owner로서, 그를 맞아들인 것같은 기분이 물리는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 곳을 찾아와주었다. 전장의 흙이 섞인 피를 흘리며 너덜거리는 제 몸을 이끌고 '이 곳'을 찾아와준 그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사소했고, 초라했으며, 확신이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웃었다.
"해리 씨."
여자는 또다시 그를 부른다. 그녀의 부름에, 남자는 얼굴을 파묻고 있던 손에서 강제로 검은 쇠붙이의 아지랑이 속으로 고개를 들었다. 침침한 노란 조명 아래에서 붉으스름하게 달아올라있지않던 그의 눈이, 체액을 생성하여 표출시켜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기관을 자의적으로 세포 하나하나 얼려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손을 뻗는다. 여자의 손은 남자의 어깨를 끌어당긴다. 남자의 몸은 기울어진다. 이번의 남자는 여자의 손을 내치지않고 그대로 여자의 손이 닿는대로 따른다. 남자의 머리가 여자의 허벅지에 사뿐히 기대어진다. 관자놀이로 닿는 여자의 맨살에 남자는 몸을 돌려 여자를 보려한다. 몸을 똑바로 돌려 여자를 올려다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남자는 여자를 보지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눈 위로 왼손을 덮는다. 남자는 다시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흐끄무레해진 것을 느꼈다. 여자를 부르려던 남자의 목소리는 나오지못했다. 어둠이 내려앉게 된 시야에서 남자는 쇠붙이를 보지못했다.
오문(誤文). 쇠붙이가 아닌, 그녀의 체취를 보았다. 그녀의 오른손이 부드럽게 왼쪽 뺨을 감싼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입술을 달싹거리려 했을 때, 인기척이 가까워짐을 느끼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입술에 맞닿는 것을 더 가까이 느낀다. 답지않은, 바스라질 깃털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쥐는 것같은 그런 입맞춤에, 그녀를 부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남자를 부른다. 해리 씨. 해리. 언제나 가벼운 무게로 바닥에 닿으면 날아갈 것같던 이름이 이 순간보다 더 온연한 무게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본래의 무게로 남자에게 내려앉는다. 뺨에 닿아있던 그녀의 오른손 끝으로 뺨에서, 턱에서, 목으로 내려간다. 보기보다 깊게 베여진 상처에서 맴돌던 손길에 남자는 움찔거리고 말지만, 남자는 기분 나빠하지않는다. 닿은 그 손길에서 마치 벌어진 피부가 아물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마법이라도 부릴 줄 아는 것인가, 되도 않는 생각이 들어 입꼬리가 우스꽝스럽게 씰룩거린다. 남자의 허물을 녹여간다. 목에서 잠시 주춤하던 손 끝은 다시 목덜미에서, 쇄골에서, 가슴으로 도착한다. 그녀의 손이 남자의 가슴 위로 내려앉는다. 그녀의 손의 뜨거운 온기를 느꼈을 때엔, 이미 비의 냉기를 그녀가 모두 앗아가버린 후다. 그녀의 손 위로 남자가 손을 올렸다. 그녀가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
"끝까지 잘 참았어요."
"…."
"잘했어요."
My Hero.
굳어가던 세포가 와르르 무너진다. 그녀의 왼손 아래에서 스스로가 느끼기도 전에, 스스로가 허락을 내리기도 전에. 그녀의 말에서, 모든 것에 대한 용서를 받았다. 스스로가 가두려 들려했던 것은 고여서 막 썩어들려했다. 남자는 썩어가기 시작하려했던 것을 그녀의 손에 묻힐 수 없어 그녀의 왼손을 떼어냈다. 여자는 웃고있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비웃지않았다. 남자는 슬프지않았다.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뻗었던 손은, 그마저도 여자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다시한번, 여자의 입술이 내려앉을 때까지. 남자는 떨어지는 혹성일지언정 자신의 눈 앞에 닿기 직전에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여자에게서 돌려받았다.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않고 비어버린 좁은 거리를 이젠 굵어져버린 소나기가 가득 채운다. 해가 밝아오다 만 새벽의 하늘처럼 푸르스름한 거리는 거센 빗소리를 고스란히 듣는다. 군데군데 오래되어 움푹 꺼진 도로에는 빗물이 모여 웅덩이를 이루고,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인해 웅덩이는 넘쳐버린다. 찰박. 넘쳐흘러 내를 이루는 웅덩이를 밟는다. 푸른 거리를 걷는 남자는 축축히 젖어들어 들러붙는 옷깃에도 거리낌이 없다.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긴 코트는 빗물을 흘러내리는 듯, 빨아들이는 듯, 이미 전부 젖어있다. 그럼에도 남자는 서두름 하나조차도 잊었다. 아니면 생각을 해내려 하지않는 걸지도. 남자는 후드를 뒤집어 쓴 채였지만, 바람에 곧 벗겨질듯 아슬하게 걸쳐져있었다. 가려지지못한 날렵한 코 끝으로 고인 빗물이 결국엔 웅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한숨조차 고이지않는 남자의 가슴은 무게조차 느끼지못함을 알지못한다. 마부를 떨어뜨린 말들은 덜컥거리는 마차소리만으로 알아버리고 무작정 걷기만 한다. 계속, 같은 장면을 반복하던 남자가 그제서야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든다. 어둡게 내려있던 그늘이 그쳐올라가고, 남자의 다부진 턱까지 전부 드러난다. 남자의 콧등으로 빗물이 떨어진다. 마주 선 그녀가 그를 보며 소리없이, 반갑게 웃는다. 남자와 똑같은 차림새의 여자는 검은 우산 아래에서 비를 가리고 남자를 바라본다. 그녀가 다가와 쓰고있던 우산을 기울여준다.
"왜 우산도 없이 그냥 나갔어요." "…." "어쩐 일로 말도 없이 나가고." "…." "적어도 어디 간다고 나한테 이야기해야할 거 아니에요." "… 잠시 다녀왔습니다." "… 알았어요."
그녀는 웃으며 우산을 넘겨준다. 그리곤 여느 때처럼 팔로 목을 감아온다. 여자는 안은 남자의 목덜미가 차게 식어있단 것을 느낀다. 분명 잊지못한 '그 곳'을 다녀온 것이리라. 여자는 차가운 남자의 귀에 뺨을 댄다. 비의 냉기에 차갑게 얼어있던 귀가 점점 따뜻해져온다. 여자는 뺨을 떼고 남자를 마주본다. 남자는 여자를 내려다본다. 빗소리는 여전히 그 적막을 깨고 있지만, 그들의 우산을 내쳐내지못했다. 빗물에 차갑게 얼어있을 그의 입술에 입맞춘다. 따뜻한 단 내가 나는 그녀의 입술이 닿는다. 남자의 얼은 몸을 녹이기 위해 찾아온 여자는, 또다시는 그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붙잡아줘요. 내 소원이야. 도무지 알 수 없던 말을 하던 여자의 말을 깨닫기도 전에, 여자의 몸이 기울어졌다. 키 낮은 난간에 앉아 낭떠러지 위로 다리를 덜렁거리던 여자가 난간을 짚고 뛰어내려 그대로 밑으로 떨어져내렸다. 남자는 생각보다 높은 비탈길의 절벽으로 떨어진 여자로 인해서 놀라지않을 수 없었다. 놀란 눈으로 아랫쪽으로, 난간에 몸을 기울여 내려다보니 여자는 가볍게 다리를 굽혀 바닥으로 안착한다. 여자는 구부정한 몸을 펴고 남자 쪽을 향해 올려다보고 웃는다. 아무런게 아니란 듯이 여자는 평범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멍한 남자는 그녀를 쫓아야하는가 생각이 든다. 여자가 소리내지않고 웃으며 입술로 말한다. 날 쫓아와요. 남자의 시선으로, 그녀가 아지랑이로 흔들리며 웃고있는다. 그 아지랑이춤이 남자를 먹어치우기 전에, 흔들리기 전에 남자가 그 곳에서 움직였다. 좀더 빠르게 남자가 달리기시작한다. 여름의 아지랑이가 그녀에게서 흔들린다. 남자가 난간을 돌아 내리막길로 뛰쳐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여자도 그제서야 그를 따돌리기 위해서 열기가 오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그가 찾을 수 없는 곳까지, 달려야했다. 여자는 그가 좀더 달려, 끝내는 자신을 찾길 바라지않는다. 바랐다.
남자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줄어들지않는 거리에 이상함을 느낀다고 해도, 이 흔들리는 두근거림부터 느껴야한다. 여자는 그를 향해 뒤 한번 돌아보지않고 달렸다. 차만 달리던 도로가에서, 빈 내리막을 내려오고, 좁은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 한적한 산책로까지. 분명 달음박질이 아무리 빠른 여자라고 한들, 건장한 남자를 이길 수 없는 것이 평범, 일텐데도, 여자는 그의 앞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숨은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놓친 것도 알지못한 채 여전히 빈 길을 달리고 있는건가. 남자는 숨을 고르는 것부터가 먼저였다. 건강한 남자였어도 30분 가까이 쉬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달렸다보니 어쩔 수 없다. 고개를 들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녀를 따라왔을 뿐이지. 푸르스름하기도하고, 검기도 한 털을 가진 고양이가, 남자의 얼굴에서 떨어져 바닥에 스며든 땀자국 옆으로 슥 지나간다. 느릿, 한 걸음으로 여유롭게 지나던 그 고양이는 날렵한 허리를 흔들며 매끄럽게 남자의 옆을 지나 그 앞을 걸어간다. 주인이 없어보이는 길고양이처럼 보였으나, 그 동물은 남자를 아랑곳하지않고 제 갈 길을 걸었다. 오롯이 빈 산책로를 지나는 검푸른 고양이의 뒤를 남자는 끝까지 바라본다. 그 요염히 흔들리는 꼬리는 오로지 자신의 세계를 지켰다. 한참은 멀어진 고양이 앞으로 뾰족하고 검은 구두가 보인다. 남자는 고개를 든다. 여자가 검푸른 고양이를 향해 팔을 뻗어 끌어안는다. 그 둘은 마주 섰다. 멀리서. 다시 여자가 말한다.
"아직이에요. 나를 잡으려면 좀더 나를 따라와야해요."
"어딜 가려구요. 레바테씨."
"후후."
여자의 품에서 검푸른 고양이는 뛰어내렸다. 그 요물은 다시금 자기 길을 걸었다. 남자는 미처 잡으려 손을 뻗기 전에, 천천히 걷던 여자는 또다시 달린다. 무한루프로 도는 꿈처럼 또다시 지루하게 반복된다. 남자는 다음번에 반드시 잡으리라는 기분으로 다시 따라달렸다. 굳이 달리지않았어도 되었다. 그녀가 가고싶어하던대로 가게 둘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힘들여 그녀를 쫓는 이유는. 그건 나중에 그녀에게서 듣기로 하자.
아직 그녀는 사라지지않았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그녀가 눈 앞에서 없어지지않게, 잡아야한다. 여자가 산책로 옆으로 난 풀숲으로 들어간다. 구두를 신고도 여자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흘리며 그가 그걸 찾아주길 바라는 것 같아 보였다. 남자도 그녀를 따라 풀숲을 헤치고 들어간다. 그녀와의 거리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 차이는 천천히 줄었을 뿐이었다. 굵은 나무 사이를 날렵하게 피하는 여자를 따라 그도 따랐다. 그들의 숨바꼭질은 끊어지지않는다. 여자의 앞으로 붉은 빛이 벌어져 비춰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하, 하고 웃었다.
슬금슬금 벌어지는 나무 틈으로 석양이 비집고 나왔다. 바다를 안은 석양이 여자의 앞도 함께 끌어안아버린다. 눈부신 그 빛에 여자의 눈살은 살짝 찌푸려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쁘지않을 것 같았다. 이대로 멈추는 것도, 달리는 것도, 안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자는 그렇게 안심한다. 숲에서 여자가 빠져나왔다. 그녀의 앞에서 모래사장도, 붉은 빛 가득, 비어있었다. 숲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걷고서 그 자리에 섰다. 숲과는 조금 거리가 생긴다. 그 빈 거리에 그가 와, 서있었다. 그의 숨도, 그녀의 숨도 가프다. 그녀가 다시 느릿하게 두 발자국 앞으로 걸었다. 붉은 모래사장과 붉은 바다가 가까워졌다. 그녀의 뒤의 그도 가까워진다. 그에게 모래사장도, 바다도 가까워지고, 그녀도 가까워졌다. 그녀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않았다. 그래서 그도 안심이 되었다.
나를 잡으려면 좀 더 나를 따라와야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미동이 없었다. 좀 더, 라고 떠올랐다. 이번만큼은, 그녀가 도망칠 수 없도록 해야하지않을까. 그대로 그는 안아버린다. 그녀를 뒤돌게 만들게 하거나, 그녀도 뒤돌지 않았다. 굳이 서로를 보지않아도 된다. 귓가에서의 그의 숨소리만으로도 충분히 그는 이야기했으니까말이다. 난 잡아줬어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녀의 부드럽게 물결치는 머리칼이 좀 더 길게 내려앉는다. 그녀는 이야기하지않았다.
잡아줘서 고마워요.
분명 말하지않는 그녀를 그도 알아줄거라고 생각했으니까말이다. 그녀는 그것을 그에게 묻지않는 대신, 뒤돌아 그의 등을 끌어안는 것으로 만족했다. 모든 대답은 그의 가슴으로 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