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tude or Loneyness

::장난감 2013. 5. 31. 22:55

멍청히 그네따위나 끼덕거리는 일이 이류 드라마에서나 보던 흔한 스크린이겠거니 했지. 어리석었다. 남의 일이겠거니. 그럼에도 알고있었다. 나도 그 하찮은 인간들 중 하나였겠거니. 그래서 배를 잡고 웃어댔다. 혼자서. 론리니스트. 솔리튜드라 당당히 자부하던 것이 한순간에 론리니스로 거꾸러져 전락해버린다. 론리니스. 혼자 있는 고통이라니, 얼마나 유치해 빠진 말인가. 삼류 소설에서나 혼자 짓껄이는 말이겠거니. 그넷줄을 꽉 잡고 끼그덕 끼그덕거리는 그네를 흔들거린다. 낡은 그네는 이 어리석고 가냘픈 무게와 함께 덮쳐오는 쓰라림을 참지못하고 뚝 끊어버린다. 한 쪽으로 쏠리며 모래바닥 위를 우스꽝스럽게 머리를 쳐박고 꼬꾸라진다. 잘도 울지않고 머리와 옷가지에 낀 모래를 툭툭 털어낸다. 옷 안으로 스며드는 모래에도 그대로 한쪽 다리는 몸쪽으로 굽혀 세워 한 팔로 다소곳히 끌어안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의 모습이 마주한다. 고개는 감히 들지못했다. 어떻게 볼 수 있겠어요. 여기에 있지도 않은 어머니께 변명했다. 차 한 대가 좁은 골목길 놀이터 앞을 시끄러이 쌩 하고 지나친다. 요란하게 찢어지던 귀에도 고개는 들지못했다. 그 산만한 소음에도 사과해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언제나 그랬다. 가슴 아랫쪽으로 튼튼하고 깊은 투명한 공 하나가 만들어져 박혔다. 매끈매끈한 것같은 감촉은 나쁘지않았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기에는, 그것은 너무나 깊었다. 바라본 그것은 깊은 밤하늘의 뜨뜻함을 갖고있는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둡다 눈쌀 찌푸렸던 그 흑빛이, 나는 자잘한 모래알갱이들을 전부 끌어안은 밤이 포용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이것도 그렇게 믿었다. 빛나는 흑빛 모래에서 스물스물 새어올라오는 그 검은 연기들을 가둬둔 공을 나는 거부하지않고 인정하며 가슴에 끌어안았다. 나쁘지않다고 생각한다. 이 따뜻할 것 같았던 공도, 내가 보고있던 세상도. 양 손에 꼭 쥐면 가득 잡혀오는 공을 잡고, 곧 검붉어질, 파랗고 빨간 하늘을 바랐다. 따뜻했다. 따뜻함은 얼음을 녹일 수 있게 해줬다. 공은 녹지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그 형태 그대로, 내지는 조금의 수축과 팽창으로 인한 형태 변화가 있을지언정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커다란 빅뱅을 함께 보아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품 안에 안은 검은 공을 내려다본다. 공에게 물었다.


"넌 누구와 있니?"


글쎄. 스스로 대답했다. 어깨를 축 떨구고 그냥 웃는다. 이젠 이 소리내어 웃는 행위가 얼마나 멍청한 행위인지 깨달았음에도 멈출 수 없다. 어쩌면 이제 이것이 내가 되었을지 모르니까. 혹시 이 행위를 내게서 떨쳐내버린다면 내가 아닐까봐서. 그래서 멍청하게 웃기로 한다. 공이 힘없이 떨어져 통통 튀어서 곧 또그르르 하고 구르다 멀리 가지못하고 멈춘다. 그래, 떨어지지못하는구나, 너도. 자리에서 일어나 공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혼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공을 주우려 허리를 숙이기에는 나는 너무 늙지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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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테러전담 반과 모던 바 오너



You are My Hero


Lebate Predec X Harry Morcel

By. Let's Be

BGM추천 - A day to be alone





마지막 손님을 받았던 잔을 닦았다. 직원들과 손님들의 회귀본능은 이미 저들을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여자만 이 바를 둥지 삼아 유리잔을 닦았다. 선명한 색으로 느슨한 재즈피아노의 건반소리는 비어버린 의자들 위로 앉아 아마 적적할 여자에게 형체없는 말벗이 되어준다. 부드러운 수건을 손끝으로 감고 매끄러운 잔의 표면을 닦고 있자면, 그 유리잔은 그 날 하루동안 그들에게 해준 말들을 하나씩 비춰올린다. 이따금 오해로 잔뜩 기대에 부푼 가슴에 실망을 안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장난스런 미소를 띄워주며 말하는, 다음 번에 오세요, 를. 저마다의 직장에서 가득 담아오던, 혹은 저들의 주변 이들에게 말하지못했던, 그것들에 스스로들에게 상처내던 불만과 한탄과 자책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신에 찬 눈으로 마주하며 말하는, 당신이니까 괜찮을거에요, 를. 아무도 공감 해주지않던 각자의 관심사를 반짝이는 눈으로 들뜨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당신의 그건 어떤건가요, 를. 유리잔들은 모두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앞에서 이야기한 건 여자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씩 떠나가기 시작하면 그 유리잔을 비우고 씻어내어 새로운 것을 담을 빈 그릇으로 만들어왔다. 여자 자신또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위하여 이전의 말들을 바삐 비워내야했다. 그리고나서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맞는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하고나면, 점차 밀려나는 과거를 잊기 마련이다. 그것이 1시간이 되었건, 하루가 되었건. 손톱만큼의 양이었건. 바위만큼의 양이었건. 위로 계속해서 쌓이고 나면 아래의 것들은 짖눌려 아주 얇게, 언젠가는 까마득한 아래에서 보이지않게 된다. 인간의 기억이든, 마음이든, 시간이든 반드시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자는 모두가 떠난 바테이블에 서서 혼자 잔을 닦아왔다. 잊지않는 여자는 깊어가는 이 밤의 아래에서, 그 잔들의 앞에서라면 외로워하지않는다.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피아노소리는 여자의 앞에 앉았다가 그녀의 눈이 바라봐주지않아 아쉬운 듯이 자리를 내어줬다. 누군가 앉아야할지도 모르니까, 언제까지고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테니.


딸랑. 유달리 문의 종소리가 청아하게 흔들린다. 더이상 손님이 올 시간은 아니다. 여자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깊어버린 밤손님을 맞는다. 남자가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고있었다. 여자는 잔을 내려놓는다.



"해리 씨."



여자는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프론트를 빠져나와 그를 부축한다. 괜찮아요. 숨이 차 겨우 입을 연 그의 몸에서, 어둡게 켜놓았던 조명 아래에서는 알아보지못한 물기가 묻어났다. 여자의 어깨가 축축하게 젖는다. 남자는 그녀의 옷이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있단 것을 깨닫자, 스스로 그녀의 손길을 거부한다. 밀어낸 그의 손길에 여자는 잠시 주춤하는가싶었지만, 다시 그의 어깨를 잡고 푹신한 검은 소파에 앉혀준다. 여자는 걱정스런 표정은 짓지않는다. 남자또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지않는다. 여자는 그를 잠시간 내려다보다 서둘러 잘 말려진 수건을 가져와 그의 어깨에 둘러준다. 축 쳐진 남자의 머리에선 여전히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제서야 여자는 안심이 되었단 듯 그의 곁에 내려앉았다. 여자가 그의 얼은 뺨에 손을 댄다. 뺨에 닿은 그녀의 손을 잡던 남자의 손등은 온갖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최근에 생긴 상처들인 것 같았다.



"언제 끝났어요?"

"오늘 새벽… 오후에 도착했어요."

"… 실패했나요?"

"아뇨, 성공하고 왔어요."

"… 누군가 죽었군요."

"… 네."  



여자와 눈을 마주치치않은 채, 무릎 위로 팔꿈치를 대고 얼굴을 가린 남자의 등은 굽어있다. 눈을 가린 남자는 울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눈을 가리고 싶었던 것뿐이었을테지. 그런 그의 옆에서 시선만 그를 향한 채 바라보고 있던 여자가 잠시 입술을 다문다. 그 잠시동안의 침묵의 틈으로 많은 소리들이 그 바닥을 스물스물 기어 남자의 다리를 붙잡는다. 남자의 발목을 붙잡았던 것들은 그치지않고 남자의 종아리까지 타고 기어올랐다. 곧 남자의 하반신을 뒤덮을 것이었다. 남자가 눈을 가리고 있던 한 손을 떼어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는다. 쾅, 남자의 귓가에서 하나의 폭발이 터진다. 발을 헛디뎌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다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붙잡는 이의 손이었다. 여자는 아주 옅게 미간을 일그러트린다. 가늘게 진 주름에서 안타까운 두근거림이 흔들린다. 여자는 손을 뻗어 굳이 그를 껴안아주지않는다. 대신 여자는 그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그러는동안 여자의 손을 쥔 그의 손아귀에 좀더 힘이 들어간다. 그의 목과 오른팔엔 아마도 찢기고 베인 상처들과 폭발하는 열에 데인 화상자국들로 가득할 것이다. 물기때문에 탄탄한 그의 몸에 들러붙은 면티 위로 붕대자국이 올라와있다. 아마 지금까지도 오른손으로 가리고 있는 눈 앞으로 그 상처들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무기와 폭발의 흔적과, 그의 동료들의 몸 여기저기를 관통하고 잘라내고 터뜨렸던 장면의 그림자가 순결히 맑았던 검은빛 눈동자 위로 스쳐지나치고 있겠지. 그리고 그것들은 맑은 그의 눈 위로 흙탕물을 떨어뜨려 넣고 그것이 그의 눈물이 되어 흐르는 광경을 보고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갉작이는 소리로 또다른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쾅. 두번째 폭음이 그의 귀를 덮어버린다. 분명 움직이기에도 힘들 손이, 여자의 손을 으스러뜨릴 듯 힘을 주었다. 여자의 손보다 울음을 쥐어짜며 참는 그의 입술이 더 아프리라고, 여자는 생각한다.


전장을, 폐로 찌르는 먼지로 먼저 느끼며, 함께 웃고 떠들며 구식 농담을 지껄이던 동료들이 불과 몇초, 몇분 전엔 인간이었을 잿더미들과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진 모습을 시퍼렇게 뜬 두 눈에 새기며, 손가락 끝에 걸쳐진 쇠로 된 고리를 당기면 거칠게 튀어나오는 총알의 반동을 깨달으며,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울부짖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가슴에 듣는 것은 여자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었다. 그저 누군가의 웃음섞인 무용담으로 들어왔다면 모를까. 그렇지만, 남자가 보고, 느끼고, 깨달아 온 것은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자랑할 만한 그런 것이 되지못한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럴 것이었다. 여자는 그의 등에 손을 올린다. 마땅히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거나 토닥인다거나 하지않는다. 지금 그를 이대로 안아버리게 된다면은 과연 갈기갈기 찢어지고 짖이겨지기 시작한 그의 세계를 되살릴 수 있는가. 여자는 그렇지않다, 라고 들리지않게 대답한다. 


그는 이 곳을 찾아왔다. 여자가 까무룩 잠이 들을 이 곳을. 딱히 따뜻한 곳도, 포근한 것도, 부드러운 곳도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이 곳을 찾아왔다. 여자는 웃는다. 여자의 눈은 낮게 내리깔리고 미간은 좀더 찌푸려졌지만, 여자는 웃는다. 이 곳에서의 여자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말을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위로해주는 바의 오너Owner였다. 여자 스스로가 좋아 만들었고, 스스로가 만족하며 이 곳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 한 순간만큼은 '이 곳'임이 싫어졌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여자의 집으로 찾아오는 쪽을 훨씬 반기는 그런 부류의 생각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또, 그렇다고해서 그가 여기를 찾아온 것을 싫어하는 걸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였다. 왠지 이 곳의 자신이 이 곳의 오너Owner로서, 그를 맞아들인 것같은 기분이 물리는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 곳을 찾아와주었다. 전장의 흙이 섞인 피를 흘리며 너덜거리는 제 몸을 이끌고 '이 곳'을 찾아와준 그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사소했고, 초라했으며, 확신이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웃었다.



"해리 씨."



여자는 또다시 그를 부른다. 그녀의 부름에, 남자는 얼굴을 파묻고 있던 손에서 강제로 검은 쇠붙이의 아지랑이 속으로 고개를 들었다. 침침한 노란 조명 아래에서 붉으스름하게 달아올라있지않던 그의 눈이, 체액을 생성하여 표출시켜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기관을 자의적으로 세포 하나하나 얼려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손을 뻗는다. 여자의 손은 남자의 어깨를 끌어당긴다. 남자의 몸은 기울어진다. 이번의 남자는 여자의 손을 내치지않고 그대로 여자의 손이 닿는대로 따른다. 남자의 머리가 여자의 허벅지에 사뿐히 기대어진다. 관자놀이로 닿는 여자의 맨살에 남자는 몸을 돌려 여자를 보려한다. 몸을 똑바로 돌려 여자를 올려다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남자는 여자를 보지못했다. 여자가 남자의 눈 위로 왼손을 덮는다. 남자는 다시 어지러운 아지랑이가 흐끄무레해진 것을 느꼈다. 여자를 부르려던 남자의 목소리는 나오지못했다. 어둠이 내려앉게 된 시야에서 남자는 쇠붙이를 보지못했다. 


오문(誤文). 쇠붙이가 아닌, 그녀의 체취를 보았다. 그녀의 오른손이 부드럽게 왼쪽 뺨을 감싼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입술을 달싹거리려 했을 때, 인기척이 가까워짐을 느끼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입술에 맞닿는 것을 더 가까이 느낀다. 답지않은, 바스라질 깃털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쥐는 것같은 그런 입맞춤에, 그녀를 부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남자를 부른다. 해리 씨. 해리. 언제나 가벼운 무게로 바닥에 닿으면 날아갈 것같던 이름이 이 순간보다 더 온연한 무게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본래의 무게로 남자에게 내려앉는다. 뺨에 닿아있던 그녀의 오른손 끝으로 뺨에서, 턱에서, 목으로 내려간다. 보기보다 깊게 베여진 상처에서 맴돌던 손길에 남자는 움찔거리고 말지만, 남자는 기분 나빠하지않는다. 닿은 그 손길에서 마치 벌어진 피부가 아물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마법이라도 부릴 줄 아는 것인가, 되도 않는 생각이 들어 입꼬리가 우스꽝스럽게 씰룩거린다. 남자의 허물을 녹여간다. 목에서 잠시 주춤하던 손 끝은 다시 목덜미에서, 쇄골에서, 가슴으로 도착한다. 그녀의 손이 남자의 가슴 위로 내려앉는다. 그녀의 손의 뜨거운 온기를 느꼈을 때엔, 이미 비의 냉기를 그녀가 모두 앗아가버린 후다. 그녀의 손 위로 남자가 손을 올렸다. 그녀가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

"끝까지 잘 참았어요."

"."

"잘했어요."



My Hero.



굳어가던 세포가 와르르 무너진다. 그녀의 왼손 아래에서 스스로가 느끼기도 전에, 스스로가 허락을 내리기도 전에. 그녀의 말에서, 모든 것에 대한 용서를 받았다. 스스로가 가두려 들려했던 것은 고여서 막 썩어들려했다. 남자는 썩어가기 시작하려했던 것을 그녀의 손에 묻힐 수 없어 그녀의 왼손을 떼어냈다. 여자는 웃고있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여자는 비웃지않았다. 남자는 슬프지않았다.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뻗었던 손은, 그마저도 여자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다시한번, 여자의 입술이 내려앉을 때까지. 남자는 떨어지는 혹성일지언정 자신의 눈 앞에 닿기 직전에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여자에게서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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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기저기 들러붙은 핏자국들을 보지않기위해 가죽장갑을 꺼내든다. 이 혈흔들이 누구의 것인지 제일 잘 아는 그니까. 가죽장갑을 낄 수밖에 없다. 끝내 장갑을 낀 투박한 그의 손은 검다. 남자의 눈과 같은 그것은 망막으로 투영되지않는다. 남자는 그렇게 가려 본다. 여느 인간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착각이 든다. 그것은 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고, 신체의 삼 분의 이 이상이 무너진 건물 벽에 깔려 피를 흘리고 있던 사내를 보게 된다. 흐릿한 눈으로 남자를 알아본 사내는 남자쪽을 향해 느릿하게 팔을 뻗어 손톱으로 먼지와 파편투성이인 바닥을 긁는다. 한숨같은 신음을 끙끙 대던 사내는 피를 토해내고 남자를 부른다. 리더ㅡ. 남자는 눈썹 끄트머리를 꿈틀거리고 내리깔아 바라보던 눈을 거두어들인다. 결국 뒤돌아선 남자는 검은색 긴 가죽코트를 벗어 사내의 머리쪽을 향해 던진다. 수북히 쌓인 먼지와 파편들이 튀면서 여기저기 찢어진 코트는 사내의 머리 위로 안착한다. 돌아선 남자의 등은 몸에 달라붙는 전투복으로 검다. 그 다부지고 넓은 어깨는 정면을 향한다. 아까의 폭발로 남자의 손에서 떨어져버린 방독면을 무너진 돌 무더기 옆에서 주워든다. 대충 흔들어 먼지를 털어내고,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방독면을 착용한다. 남자의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방독면에서 거친 짐승의 숨소리가 헉헉댄다. 남자의 눈은 다시금 생기를 잃고, 자발적인 의무감으로 차오른다. 약간 쳐졌던 남자의 눈이 다시금 날카로워져 간다. 보아라. 남자는 아직 뱉을 수 없는 말을 꼽씹는다. 대신 절로 뿌득 갈리는 잇소리는 마저 참아내지못했다. 너희가 저질렀던 것들을. 남자는 바지 뒷춤에서 한 뼘짜리 잭 나이프를 뽑아낸다. 장갑과 맞닿은 손잡이에서 끼득 가죽이 마찰하는 소리가 난다. 너희가 숨겨왔던 것들의. 남자는 벨트에 부착된 작은 포켓에서 작은 공 모양의 쇳덩이를 꺼낸다. 끝에 달린 핀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기분이 들었다. 반짝임에 반응하듯 맞은 편 복도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남자의 피부세포를 두드린다. 다시금 보여주지, 너희가 어떤 짓들을 저질러왔는지. 남자는 잭 나이프의 날카로운 날 끝으로 핀 고리를 뽑아낸다. 미세했던 움직임들은 점차 진동에서 흔들림으로 전해져온다. 인간의 발소리들이 따갑게 남자의 피부를 찌른다. 남자는 쉼호흡 하나없이 쇳덩이를 맞은 편 벽쪽으로 힘껏 던진다. 하나둘씩 어둡게 그림자들이 내리기 시작했을 때. 쇳덩이는 폭발하며 진득한 연기를 뱉어냈다. 매케한 연기는 순식간에 반대편의 남자마저 가리지않고 덮쳐든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않는다. 슉슉대는 소리가 연기 속을 가르며 아무렇지않게 산소를 들이킨다. 남자의 검은 빛이 번뜩인다. 남자가 손에 쥔 나이프를 튕기듯, 아래로 돌려잡고. 아까의 사내를 돌아보는 듯, 그게 아니라면 아지랑이마냥 흔들리던 환영을 보듯 남자는 똑같은 색의 눈으로 다시 뒤돌아보았다. 일순, 남자는 인간을 향해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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